
(경제=전북제일) 이상선 기자 = 미생물의 이동과 증식, 그리고 유전자 발현까지 조절할 수 있는 혁신적인 '주름 표면' 기술이 개발됐다.
12일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백현동)은 미세한 주름 패턴을 통해 미생물의 움직임과 성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표면구조 변화만으로도 미생물의 이동 방향과 증식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리콘 고분자 재료인 PDMS(polydimethylsiloxane)를 이용해 주름 패턴을 형성했다. PDMS를 일정한 방향으로 늘린 후 표면을 플라즈마로 처리하면 산화된 단단한 박막층이 생성되고, 이를 풀어주면 자연스럽게 주름 구조가 형성된다.
이 주름의 간격은 약 1~2마이크로미터로, 일반적인 식중독균의 크기와 유사한 물리적 범위에 해당한다.
미생물들은 주름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주름의 방향에 따라 정렬되거나 유도된 방향으로 이동한다. 또한, 주름의 틈새나 끝단에서 회전하거나 머무르는 행동도 관찰됐다.
주름 구조는 미생물의 부착 위치와 이동 경로, 증식 방식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감염억제, 바이오센서 개발, 식중독 예방 등 다양한 실용적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동심원 패턴의 주름을 형성하여 미생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틈새에 머물며 회전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대장균 O157과 같은 식중독균이 주름 구조를 따라 이동하거나 균열 부위에 회전하며 부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유전자 발현 유도물질을 주름 표면에 투여한 결과, 농도에 따라 유전자 발현량이 달라지는 등 물리적 구조와 화학 환경의 복합 조절이 가능함도 입증됐다.
이 기술은 향후 식중독균을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 병원성 미생물의 행동 분석, 유전자 발현 제어 연구 등 식품안전과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광범위한 응용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