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 조계철 기자 =전주의 심장부를 가르는 대한방직 부지 개발이 이제 단순한 도시계획을 넘어, 정치권의 탐욕과 행정 무능의 결정판으로 비판받고 있다.
개발을 명목으로 시민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이 사업은 전주시의 공간 질서를 뒤흔들고, 지역 균형 발전을 뿌리째 흔들 위험이 크다.
사업자 자광은 총 6조2천억 원을 투입해 470m 관광타워, 호텔(200실), 복합쇼핑몰, 그리고 3,395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500만~3,000만 원으로, 이는 전주의 기존 평균 분양가(1,490만 원)의 약 2배에 달한다. 34평형 기준 최소 8억5천만 원, 최대 10억 원에 이르는 고분양가는 전주의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초고가 개발이 결국 실수요자 배제와 투기세력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전주시를 아파트 투기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경고했고, 환경단체는 “맹꽁이 서식지 훼손 등으로 도시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개발 논리만 좇으며 행정적 감시 기능을 사실상 방기한 전주시와 정치권이 있다.�이 문제는 전주만의 특수 사례가 아니다.
광주 첨단3지구 역시 민간대행개발 과정에서 특혜 의혹과 공공기여금 축소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1조2천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세대수 변경 과정에서 행정 착오와 민간 이익 편중 문제가 불거져 시의회 감사 요구까지 이어졌다.
부산 북항 재개발 또한 2조8,970억 원 규모의 국민 세금이 투입됐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가 민간에 특혜를 주고 난개발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공공성을 잃은 대규모 개발 사업은 결국 시민의 삶이 아닌 정치적 이익과 건설 자본의 배불리기로 귀결되고 있다.
반면, 창원 마산합포구의 ‘창동 예술촌’ 도시재생 사례는 정반대의 길을 보여준다. 창원시는 구도심의 빈 점포 60곳을 예술인에게 제공하고, 단돈 30억 원을 투입해 문화·예술 중심의 공동체 재생을 이루었다.
그 결과 지역 체류 인구와 소상공인 매출이 전년 대비 35% 이상 증가하며,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이제 명백히 도시재생이 아닌 사익 중심의 정치 프로모션 사업으로 전락했다. 전주시와 정치권은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시민의 도시를 투기의 도시로 내모는 결정을 밀어붙인다면, 그 결과는 정치적 심판으로 돌아올 것이다.
전주의 미래를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개발 담합 정치’는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눈앞의 분양 이익이 아니라, 시민의 도시 품격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결단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개발은 전주의 부흥이 아니라, 전주의 몰락을 일으키는 정치적 죄악으로 기록될 것이다.